말 흘려버리기 즉, 전환을 통해 대화의 분위기를 내 쪽으로 주도할 수 있는데 그럼 말 흘려버리기가 왜 좋은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흘려버리는 말'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날아드는 험악한 말들에 차근차근 반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맞받아 욕을 하면서 얻게 되는 희열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희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흘려버리는 말'은 우리 기분을 합리적으로 좋게 만들어준다. 왜냐하면 문제에 대해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을 잃지 않은 채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술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대응한다면 상황에 규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말로 반응을 하는 것은 그 상황을 다루고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견 팀에서 근무할 때 나는 인식표를 달면 경찰견이 되고 인식표를 떼면 가정에서 키우는 흔한 애완견으로 돌아가는 개와 함께 일 했다. 인식표를 떼어놓기만 하면 어미와 새끼들은 얼마든 녀석과 뒹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인식표를 다는 순간 녀석은 곧바로 직무로 돌아왔는데, 누구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도 그 경찰견과 똑같았다. 내 몸에 경찰제복이 입혀지는 순간 흘려버리는 말이 내 입에서 자동적으로 흘러나왔다.
둘째, '흘려버리는 말'은 내가 '도약대 기법(springboard technique)'이라고 명명한 효과를 발휘한다. 흘려버리는 말은 우리를 쓰러뜨리려는 사람 즉, 속도위반자, 부하직원, 화난 자녀, 불평을 가진 고객들이 가하는 모든 모욕적인 발언들을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는 도약대로 만들어준다. 일단 세차게 밀려드는 모욕을 피하기만 하면 우리는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발판 삼아 훌쩍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이라고 말한 뒤, 직무가 목표하는 바를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해하겠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저는 운전면허증을 봤으면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신분증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모욕적인 발언들 위로 도약해서 목표하는 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어느 옷가게 점원이라고 하자. 누군가가 가게로 들어온다. 그러고는 셔츠를 내던지며 욕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하는 대응은 “잠깐만요! 저한테 욕하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얻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화난 손님에게는 감정을 쏟아낼 약간의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다음 흘려버리는 말을 도약대 삼아 그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씀 잘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주도권을 빼앗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 순간 당신이 이긴 것이다. 당신의 기분은 금방 좋아질 것이다.
넷째, 이 문장이 언제나 좋은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당신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 비아냥거림으로 비춰지거나 남의 얘기를 건성으로 듣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흘려버리는 말을 할 때는 심각한 언어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으로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때여야만 이 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