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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식으로 말하기: 마법의 화술

가장 강력한 대화기술 중 하나는 '다른 식으로 말하기(paraphrasing)'이다. 쉽게 말해, 다른 식으로 말하기는 상대가 생각하는 바를 당신의 말로 바꾸어 상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상대의 공격적인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속내를 읽어내어 당신의 언어로 바꾸고, 당신이 정확하게 경청하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를 자연스레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기를 하게 되면, 두 사람의 대화에 마치 제 3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렇게 되는 순간 당신은, 상대의 생각이 실린 상대의 말이나 당신의 생각이 실린 당신의 말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이 실린 당신의 말'을 하게 된다.

어떤 남자가 있는데 전남편과의 결혼에서 네 자녀를 둔 여자와 재혼한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결혼한 지 두 달쯤 되어서 그는 아직 신혼 기분을 느끼고 있다. 가끔 자식들 문제로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아내와 힘을 모으면 순조롭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직장에서 돌아온 그는 아내로부터 느닷없는 공격을 받게 된다.
“당신이란 사람, 날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 알아요?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을 때마다, 당신은 한 번도 아이들을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일부러 그러는 건가요? 당신 애들이 아니라서 그런 거예요? 당신이 벌어온 돈으로 먹여 살리니까 꼴 보기 싫다는 거예요? 아이들 앞에서 꼭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야 되는 거냐고요?"
일단 그의 아내가 대화의 기본 룰을 깨뜨렸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녀가 '한 번도 ~하지 않았다'와 '일부러'라는 단정적 문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격하기에 딱 좋은 구실이 된다. 이럴 때 남편에게 추천하고 싶은 현명한 대화의 기술이 여기 있다. 바로 '다른 식으로 말하기'이다.
먼저, "우와!" 같은 모범적인 '단칼 찌르기' 말을 끌어들인 뒤 “잠깐만, 여보.”라고 제동을 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 말 잘 들었어. 나 때문에 화날 수 있어. 당신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늘 아이들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정말 그렇게 느낀 거야?"
여기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말투와 톤이다. 비난을 하거나 깔보는 뉘앙스가 들어가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들리지 않게 진심을 담아야 한다. 내 생각이 옳다면, 남편이 그 다음에 들을 수 있는 말은 뭔가 다른 식으로 바뀐 말, 처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말일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편의 말에는 "생각 좀 해보라구!" 같은 야유가 담긴, 혹은 깔보는 뉘앙스가 있는 말이 들어있지 않았다. 만약 “생각 좀 해보라구!"라고 했다면 아내의 반응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화가 잔뜩 실린 목소리로 “난 생각 못해. 이미 알고 있으니까!"라고 했을 것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말에는 좀처럼 진심이 담기지 않는다. 또한 '일부러' 행동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상황이 잘 풀려나간다면, 아내는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그래요, 매일 저녁 당신이 그러진 않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난 사흘 동안엔 분명히 그랬어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다시 한 번 다른 식으로 말하기다.
“그래, 여보. 화가 날 만도 해. 지난 사흘 동안, 집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으니까."
이제 남자가 듣게 될 말은 또 다시 얼마간 바뀌어 있다.
“그래요. 당신이 일부러 그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다는 거 아니까.”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사랑에 대한 재확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은 불만을 가졌던 아내의 말이 '당신은 항상 일부러 그랬지.'가 '적어도 지난 사흘 동안엔 그랬잖아.'로 바뀌었다가 다시 '당신이 일부러 그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른 식으로 말하기'의 의미심장함이다. 들끓었던 열기는 차분히 가라앉는다.